양복 입은 선무당의 귀환. 일상의 이야기들

뭐가 잘났다고 포즈까지 번듯하게 잡고 앉았냐?


1996년 1월 26일.

대구광역시


'개구리소년'들의 집 중 한 곳에 중장비가 들이닥쳤다.

한 심리학자의 주장 때문이었다.

"외부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작이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의심암귀, 틀린 말도 자꾸 하면 맞는 말이 된다 했던가.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는 다른 부모들도

국과수에 증언 테이프를 제출하지 않았다... 는 주장에 현혹당했다.


물론, 뼛조각은 고사하고 털 올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그 심리학자는 "아무튼 할 말이 없죠. 파봐서 안나오는 데 어떡합니까?"라면서 도망치려고 했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도망칠 수는 없는 법.

그는 결국 잡혔고,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제명당했다.

그러나 그러면 뭐하는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는데.


그 자가 지목한 범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故 김철규 씨. 바로 故 김종식 군의 아버지였다.

"사람 가슴에 못을 박아도 분수가 있지..."

그렇게 통곡을 하던 그는 2001년, 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홧병이었으리라.


그렇게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그 작자가, 2005년 뻔뻔하게 책을 들고 나타난다. 실화 소설이라고 말이다.

죽은 사람을 또 죽이는 책.

단언컨대 21세기 한국 출판업계에서 <아프간의 밀알>과 쌍벽을 이룰 불쏘시개가 아닐지.

판에 박힌 판타지 소설이라도 이거하고 비교하면 돌맞아 죽을 겁니다.


아니, 이 출판사 대표는 그 때 TV도 안봤는가? 아니면 이거 돈 되겠다고 생각하는, 장사꾼의 생각인가? 실화소설이라니. 사건 당사자들이 두 눈 뜨고 살아있는 판에. 이 책을 본 유가족의 심정은 대체 어땠을까. 죽은 사람들을 몇 번씩이나 죽이다니. 분명히 읽어봤을 것이다. 교수가 봉변을 당하는 게 반영이 되어서 통과시켰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어떤 유형이던 간에) 잊을 수 없는 아픔을 맛본 적이 없단 말인가. 아니면 그것 때문에 넘어간 것일까. 하지만 저자는 인세를 잘 받아 챙겼다. 권당 880원이니 10권에 8천8백원, 100권에 8만8천원. 천권에 88만원....

그리고 이 책은 아직도 팔리고 있다. 영화 <아이들>원작 소설이라고.

2011년 2월 개봉.


유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저자는 시사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건성으로 미안하다는 말만 했을 뿐, 시사회가 끝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살인자로 몰아넣고, "어 아니네요."하고서 사라졌다가 여전히 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내용을 써서 <아이들은 산에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뻔뻔하게, 자랑스럽게 인터뷰했던 이 남자.


한때 카이스트 출신으로, 자신이 무슨 소설 속 명탐정이나 되는 것 처럼 행세하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서 아까운 종이를 무수하게 홑뿌린 이 남자.


그는 김가원이다.


1992년. 저는 국민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특집 영화를 보여주더군요. 맞습니다. 바로 개구리소년 이야기였습니다. 난리도 아니었고, 그 뒤로도 잊을만 하면 그들의 몽타주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때 말입니다. 자식의 환영을 보는 부모들의 모습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뭔 소리고! 아가 어데 있다고!"

"당신은 안보입니껴! 우리 아가 저기 있는데!"

"시끄럽다. 밥상 치아라!"

"아가 오면 밥은 먹여야지예!"

"없는 놈 밥 챙겨서 뭐할라꼬!"


2011년 5월 14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801화.

그는 이 방송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 알량한 추리가 수많은 전문가들 앞에서 무참히 부정되는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또 그랬을 겁니다.

"아이, 그게 아니었네..."

아니면 이랬을지도.

"방송국이 기존 인식을 확고히 하려고 만든다."


하지만 지금껏 아무 소식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입닫고 잠수탔을지도 모릅니다.

얼마 뒤, 그는 다시 나오겠죠.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고.


심리학자라는 인간이 무슨 선무당같이 행세하고 있냐...

그거 참. 이런 걸 보면 말이죠. 팔아먹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비극적인 사건도 그저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 앞에 나오면 왜곡, 과장, 축소, 음모론이 덧붙여지거든요. 그런데 그걸 진실인 양 포장하니 환장할 노릇이죠. 그것도 예전에 못을 박았던 그 논리를 그대로 들고 나온 작자가 펴낸 책이라면 더더욱.




덧글

  • 엘레나시아 2011/12/14 06:15 #

    처음에 영화 '아이들'의 시놉과 예고가 공개되었을 때, 저 문제 때문에 사람들의 우려가 많았었지요
    [심리학자 역할에 연기파 배우 류승룡씨가 연기하셨던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이 분 레알 연기 잘 하셨거든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뭐.... 지극히 무난했던 영화고, 류승룡씨의 연기가 너무 신들려서 우리가 모두 낚였구나... 정도였죠 ㅇㅅㅇa;;
  • 무명병사 2011/12/14 13:38 #

    그래서 말도 없이 날라버린거군요.
  • 엘레나시아 2011/12/14 06:16 #

    아, 그리고 저만 그러는 걸까요? 이미지가 하나도 안 뜨네요? ;ㅅ;
  • 무명병사 2011/12/14 13:37 #

    고쳤습니다. 흑흑.
  • 이젤론 2011/12/14 13:00 #

    네이버 직링은 별로..
    다운로드해서 업로드 하는 방식으로해야 이미지가 재대로 뜹니다. 'ㅅ'
  • 무명병사 2011/12/14 13:37 #

    네이버어어어어....!
  • MEPI 2011/12/14 21:10 #

    별 쓰레기 같은 사람이 다 있군요... 허어...
  • 무명병사 2011/12/15 00:42 #

    군홧발로 조인트를 까줘야 맛인데 말입니다.
  • 누군가의친구 2011/12/17 06:32 #

    그리고 그 소년들은 산에서 발견되었지 말입니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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